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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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oisy Parliament

왁자지껄 국회의사당

이창수 |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졸업전시 Main Image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상당히 권위적이고 비효율적인 공간 구성을 가진다. 특히 본관같은 경우 기존 설계안에는 상단의 돔이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국회의원들이 국회 건물은 권위가 있어야 한다며 서양의 양식이었던 돔을 국회의사당에 얹게 된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의 조선총독부 건물보다 높게 지으라 라는 말에 의해 기존 설계안에 층수를 추가하여 국회 건물의 비례가 깨지게 된다. 담장으로 둘러쌓여 일반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여 상당히 폐쇄적인 구조를 가진다. 국회의원들은 정문으로 출입을 하지만 방문하는 시민들은 후문으로 출입하여야 한다. 대의 민주주의에 따라 국민들을 대신해서 정치 활동을 하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소통하고 국민들을 위해 정치활동을 해야 하는 국회는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특별한 사람인것처럼 담장 속 그들만의 세계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국회의 공간 속에서 업무를 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도 상당히 권위적이다. 국회의원들의 상당한 특권을 남용해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금으로 과도한 해외출장을 나가거나 국민들의 의견에 맞지 않는 법을 제정하는 등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낮은 자세로 봉사를 하고 있는지 상당히 의문스럽다. 

민주주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이념이다.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를 시작으로 여러 이념 전쟁에서 살아남으면서 현재 대다수의 나라가 민주주의를 채택했다. 민주주의는 통치권이 소수에게 주어지는 것을 지양하며 사회 구성원 모두의 뜻을 모아 통치하려는 신념이다. 현재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이다. 직접민주주의. 국민 모두가 토론하여 결정하는 행위가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 개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일부 국민들을 대신하여 소수의 인원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투표이다. 국민들의 유일한 의견 표출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인물이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된다. 하지만 이는 다수결에 의해 특정 의사만 반영이 되어 소수의 의견은 무시받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거철에 국민들의 표를 받기 위해 무지성 공약을 내세우는 등 대의 민주주의 또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권위적인 모습, 대의민주주의의 모순으로 인해 현재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의미한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정치적 양극화, 분열, 상대 이념에 대한 혐오감, 포퓰리즘, 정치의 팬덤화, 선동, 거짓 뉴스, 알고리즘, 정치편향적 모습 등 다양한 모습으로 현재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민주주의는 제도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정치적 담론은 갈수록 파편화되고, 정치는 소수의 팬덤과 권력 엘리트에 의해 점령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함께 결정하는 정치가 아닌 우리 편만을 위한 승부의 공간으로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포퓰리즘은 국민의 분노를 이용해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을 부추기며, 긴 시간에 걸친 숙의와 토론을 불필요한 절차로 치부한다. 팬덤 정치는 정치인을 아이돌처럼 만들고, 시민을 팬이나 안티로 양분화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확증편향과 가짜뉴스의 울타리가 되어가고 있으며 국민들이 선동되고 있다. 정치는 점점 더 소수 전문가와 권력자들의 기술이 되었고, 국민은 더 이상 함께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보고만 있는 구경꾼으로 밀려났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기존 국회의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공간 구조를 해체하고, 숙의민주주의 개념을 도입해 시민과 국회의원이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하고 머무를 수 있는 열린 정치 공간을 제안한다. 본회의장, 국회의원 사무실, 회의실 등의 프로그램을 분산 배치하여 정치 권력의 구조를 분해하고 옥상 정원, 공중보도로 연결하여 유기적인 동선을 구성한다. 
특히 시민이 회의를 직접 감시하거나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고, 시위를 할 수 있는 보이드 공간, 개방된 옥상을 배치하여 시민과 정치가 끊임없이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한다. 이는 시민이 정치의 수동적 관람자가 아닌, 능동적 감시자이자 참여자로 거듭나는 물리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공간 구조는 대의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있어 건축이 가질 수 있는 역할을 탐색한다. 본 프로젝트는 국회를 하나의 닫힌 상징이 아닌, 시민의 삶 속에 스며드는 공공적이고 소란스러운 공론장으로 재정의하고자 한다.
이에 본 프로젝트는 국회 건축을 물리적 상징이 아닌, 민주주의 실천의 장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